등대 다이어리

등대 스토리

등대 스토리등대복지회는 지구촌 이웃이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 사랑과 희망의 빛을 비추고자 합니다.

Ndimakukonda, Malawi! (사랑해, 말라위!)

작성자
lighthouse
작성일
2019-05-10 10:07
조회
7486
작성자: 이한나
작성일: 2013-07-12

천혜의 자연을 가진 나라. 아프리카!


드높고 푸르른 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는 땅, 동물원에서나 볼법한 야생동물들이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는 곳이다.
누구나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해외자원봉사이든 오지탐험의 방식이든 말이다.
야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시에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질병에 각국의 수많은 NGO들이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많은 국가와 단체들의 지원 노력에도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
그러기에 이젠 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자립의지를 심어주어야 할 때일 것이다.

등대복지회는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인 말라위의 시골마을에 말라리아 클리닉을 세워 말라리아에 취약한
시골 주민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을 청년들을 보건인력으로 양성시켜
그들이 스스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지식습득을 통한 역량강화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에서 현지 프로젝트매니저의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활동사항들에 대해 접하면서
사업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었다.

아프리카에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인터넷도 할 수 없고, 마실 물도, 씻을 물도 없으며 온갖 질병에 노출되어 고생하는 것 아니냐며 말이다.
그런 곳은 극히 일부이고 생각보다 잘 먹고 잘 씻고 잘 자고 아프지 않고 잘 갔다 돌아오겠다며
걱정하는 이들을 뒤로 한 채 설레는 마음으로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러나 아프리카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항공기의 결항으로 예정일보다 하루 늦게 출국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말라위는 힘들었던 여정만큼 뜨거운 첫인상을 나에게 선사하였다.
뜨겁게 내리쬐던 햇빛과 공항 밖으로 나가니 외국인인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이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무슨 일 당할 것 같은 분위기에 잔뜩 졸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생활해보니 아프리카도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었다. 시내는 차로 붐볐고 시장은 왁자지껄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느 곳이나 다 같음을 새삼스레 느꼈다.
이 나라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것이지 이들이 다른 것이 아니었다. 시내인 블랜타이어를 벗어나
약 1시간 거리의 Mdeka에 있는 사업장을 방문하였다.

도시를 벗어나니 우리가 텔레비전을 통해서 접하던 그런 아프리카에 근접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맨발로 수십 키로의 흙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 한손으론 아이를 들쳐 매고
한손으론 커다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가는 아낙네들, 먼 곳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떠왔는지 쩔쩔매며
자신보다 커다란 물 양동이를 지고 가는 꼬마아이.
아, 시내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구나.

등대복지회 말라리아 클리닉에는 이른 아침부터 먼 길을 걸어와 진찰을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볐다.
오전시간 클리닉은 환자진료를 하고 청년모니터요원들은 그날 그날 상황에 맞춰
가정방문교육, 방역활동, 진료를 하고 돌아간 환자들의 상황 체크를 가가호호 가정방문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사는 곳은 대부분 차를 이용해 갈 수 없는 도로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마을 깊숙한 곳에 있어 모니터요원들은 몇 시간씩 자전거를 이용해 각 가정을 방문하고 있었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따라 가보고 싶었지만 모티터요원들도 두세 시간씩 걸려 가는 포장 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흙길도 나에게 무리이거니와 그들의 자전거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할 것 같았다.
시간의 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따라 나섰을텐데 촉박한 일정 때문에
직접 현장을 보진 못하여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12시 즈음, 가정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모니터요원들은 점심을 먹고 오후시간에는
역량강화를 위한 보건교육이 이루어졌다. 이 교육을 통해 이들 스스로가 질병의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주민들에게 직접 위생교육을 하게 한다. 수업시간 내내 진지하게 임하는 이들을 보며
배움에 얼마나 목말랐을지 마음 한켠이 찡해져왔다.

배움에 목마른 이들은 모니터요원들 뿐 아니었다.
다음날 방문한 primary school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1:1 아동결연후원을 위해 인적사항을 조사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하였다.
지금 이렇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하여도 등록금이 부족하여 중간에 그만두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이고
다행히 초등교육을 이수한다 하더라도 중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수두룩하다 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우리에게 말하면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이라,
기대에 찬 모습을 보며 이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우리들이 그들의 희망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였다.
그 중 한 아이는 우리를 가리키며 우리처럼 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아이의 미래가 얼마나 기대되던지...

‘그래, 열심히 배워서 도움 받았던 것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
우리는 무얼 위해 공부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부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돈을 더 벌기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배움에 목적이 있는 아이들을 보며
이들의 꿈을 잘 키워준다면 성장한 말라위의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15일 이라는 짧은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을 잊지 않으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가슴에 꾹꾹 새겨 넣었다. 말라위의 냄새를 잊지 않으려 공기도 크게 들이마셨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도 잊지 않으려 기억을 곱씹었다.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현지사업장의 활동들을 좀 더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15일 뒤 이곳에 없을 것을 생각하니 머무는 동안 내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려는 순간 무언가 울컥하며 가슴이 찡해져왔다.
눈물이 나려하는 나를 당황스러워하며 이 감정이 무엇인지 한참 생각해 보았다.
답은 하나였다. 나는 말라위와 사랑에 빠졌던 것이었다. 처음, 낯선 풍경에 잠시 이곳 사람들이 무서웠지만 이내 가슴 따뜻한 이들의 진심에 푹 빠졌다.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 이들이 너무 보고 싶을 것이다.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을 직접 보고 느끼고 적용해 본 이 귀한 경험은 사회의 첫걸음을 내딛은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었고 앞으로의 길을 선택함에 있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KOICA와 (사)등대복지회에 감사함을 표하며 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를
말라위와 아쉽지만 뜨거운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


안녕, 말라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