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다이어리

등대 스토리

등대 스토리등대복지회는 지구촌 이웃이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 사랑과 희망의 빛을 비추고자 합니다.

말라위 방문기: 세상에 이 땅에 이런 일이, 오~ 주여! 어찌하오리까!

작성자
lighthouse
작성일
2019-05-10 10:00
조회
7374
작성자: 김일랑 장로
작성일: 2010-12-16



아프리카, TV로만 보고 동경하던 곳...

마지막 남은 아프리카 최빈민국 선교지라기에 등대복지회 장창만 목사님을 따라,
지용수 전장연 회장님, 박계균 총무 장로님과 함께 길을 나섰다.

처음 가는 곳, 가고 싶었던 곳, 큰 기대를 가지고 지루한 줄 모르고 30여 시간 밤낮을 지나
아침 햇살이 퍼지는 때 말라위에 도착하니, 맑은 날씨와 신선한 공기와는 대조적으로
메마른 땅에 푸르름을 잊은 낙엽진 모습의 초목들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길거리에 뒹구는 비닐 조각, 차선도 없는 도로에 가끔씩 지나가는 차 뒤꽁무니를 뒤덮는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흙먼지로 인해 기대했던 아프리카는 사라지고 이미 머릿속은 한숨과 흙먼지로 흐려지는 듯 했다.

여러 선교지, 우물이 필요한 곳, 고아와 에이즈 환자가 가꿀 농장터, 모두가 메말라 버려진 땅들이었다.
여기에 선교의 사명을 갖고 천국, 하나님 나라를 만들려는 그 분들이 애처로웠다.
말라위 Blantyre 고아원을 방문했다. 기둥 몇 개에 갈대 짚으로 하늘을 가린 작은 움막집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단 말인가?

새까만 머리와 피부를 가진 40~90cm 키의 올망졸망한 아이들.
까만 얼굴에 흰자위 주위의 까만 눈동자가 아침 이슬 머금은 포도알같이 싱그럽고 맑아 보였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에이즈와 말라리아로 죽어서 고아가 되었고,
남겨진 많은 아이들도 에이즈를 유전 받았다 하니 절로 한숨이 났다.

‘무엇을 줄까?’ 기대하는 표정으로 큰 눈을 굴리며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에 가슴이 멨다.
사탕 한 봉지를 보모에게 주었더니 200여 명의 아이들이 하얀 손바닥을 들어서 사탕 한 알 받기를 기다렸다.
빨리 달라거나 더 달라는 아이없이 팔이 아프면 손을 바꿔들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났다.

주님은 이 모습을 보고 계시는 것일까? 여기서 무엇을 원하시는가? 점심을 준비하는
몇몇 아주머니들이 움막 옆에 큰 돌 몇 개를 놓고 젖은 나무 후후 불며 들통에 옥수수 죽을 쑤고 있었다.
매운 연기를 피해 눈을 부비며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오래 전
우리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피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큰 들통에 잿빛 옥수수 가루와 물을 부어 큰 주걱으로 휘저어 풀을 쑤더니
조금씩 접시에 담고 한쪽에는 들풀을 송송 썰어 간장에 버무린 반찬 한 젓가락씩을 놓아 아이들에게 주었다.
아이들은 음식을 허겁지겁 손으로 줄줄 흘리며 입에 넣는다.
다 먹은 아이들은 손가락을 입에 넣은 채 옆 친구의 접시를 바라보며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한 끼 얻어먹는 식사이니
‘저것 먹고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배는 오죽이나 고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5명의 고아를 데리고 있다는 70~80세 되어 보이는 노인 집을 찾았다.
한 평 남짓 흙담 갈대지붕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비가 샐 듯한 허름한 집 바닥은
시멘트 위로 습기가 올라와 축축했다. 그 곳에 누더기 헌 담요 한 장 깔고 15명이 엉켜 웅크리고 잔다고 하니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어 움막 뒤곁에서 울어 버렸다.
맨발로 다니다 어두워지면 움막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눕히고 해 뜨면 죽 쑤는 곳으로 모여드는데
그 마저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모 아주머니의 손짓 하나로 움직이는 저 아이들. 오! 주님 어찌하렵니까?

주님! 내 평생 지나온 70여년, 이젠 석양에 지는 노을처럼 힘도 없는데 이런 저런 모습을 보여주시면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하루에 버리는 음식 찌꺼기가 일 년에 수조 원, 수만 톤 되고 입맛 없다며
이 집 저 집, 이 마을 저 마을로 수 시간 맛집을 찾아다니는 이 백성을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리 복을 주셨습니까?

차라리 와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소나무 껍질을 벗기고 익지도 않은 겉보리를 삶아 말려 맷돌에 갈아
들풀을 뜯어서 멀건 죽을 쑤어 먹던 일이 어제 같은데... ‘
저 아이들의 모습이 6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전쟁 때문이라지만 저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에이즈와 말라리아로 죽어 고아가 되었다.
부모 품에 안겨 재롱 한 번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하루 멀건 죽 한 주걱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주님! 죽고 사는 것은 내일 일이고, 지금은 이 허기진 배를 채워주세요.
따뜻한 마룻바닥을 주세요.
포근한 담요는 아닐지라도 바닥에 습기를 막을 비닐 장판 한 조각만이라도 저들에게 주세요.
굶주린 저들에게 말로만 하나님 사랑을 전하지 말고 따뜻한 주님의 손을 잡게 해주세요.

살아야 하나님을 찾을 수 있고 믿을 수 있지 않습니까?

곱슬머리에 새까만 얼굴, 가냘픈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눈물을 감추며 아프리카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