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다이어리

등대 스토리

등대 스토리등대복지회는 지구촌 이웃이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 사랑과 희망의 빛을 비추고자 합니다.

말라위 아이들의 검은 두 눈을 응시하고 온 시간

작성자
lighthouse
작성일
2019-05-10 10:06
조회
5284
작성자: 정다래
작성일: 2013-07-03



드디어 말라위 도착!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등대복지회 서울 본부에서 근무 중인 나는 6월 중순,
등대복지회를 통해 코이카-국제빈곤퇴치기여금의 지원을 받아 말라리아 퇴치사업을 하는
아프리카 말라위(Malawi)의 사업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11개월 동안 말라리아 퇴치사업에 대해 사업보조 업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었지만,
사업장과 주민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던 내게 이번 출장은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다.

체류 기간, 가장 먼저 등대복지회에서 운영하는 LHF Clinic(말라리아 전문보건소)을 찾았다.
그러나 보건소에서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파서 찾아 온 환자들이라 마냥 해맑게 웃을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힘 없는 얼굴로 엄마 품에 안겨 울거나 보건소 앞마당에 앉아 말없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이날은 이방인들인 우리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모습 만이 다른 날과는 달랐을 것이다.

아이들의 우는 소리, 병색 짙은 얼굴...
그런 아이들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린 엄마들...
만일 우리 보건소가 없었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 부모의 고통은?

한국인의 사랑으로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이 곳 아프리카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덜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했다.

영양이 부실한 아동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현지 보육원을 방문했다.
태어나서 외국인을 처음 본 아이들, 마치 외계 생명체를 본 듯 우리를 보고 놀라서 여기 저기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반갑다고 소리지르고 좋아서 안기는 아이 등...
예상치 못한 반응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 주고, 풍선을 불어 그림을 그려주고 비누방울도 불어주었다.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단순하고 일회성에 그치는 것들이라 많이 아쉬웠지만 그마저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에 함께 즐거워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이 아이들이 훌륭히 자라서 말라위의 큰 일꾼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차를 타고 가다 바라 본 하늘...
척박하고 메마른, 어둡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지상에 반해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아름다웠다.

신은 왜 이들에게 이토록 깨끗하고 푸른 하늘을 주신걸까?
지상과는 대비되는 청명하고 예쁜 하늘을 바라보며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름다운 말라위의 하늘을 한국에 돌아가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등대복지회에서 보건소에 올 수 없는 원거리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 진찰 해 주는 이동진료 현장도 따라가 보았다.
Mwanzama마을까지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했다.
보고서로만 접하던 이동진료 현장을 직접 와 보니 왜 이런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전날 미리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하나 둘씩 진료를 받기 위해 센터를 찾아오고 있었다.
인근에 의료기관이 없고 교통 수단도 없어 아파도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등대복지회의 이동진료소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아픈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등대복지회의 청년 모니터요원들은 역할 별로 의사와 간호사를 도우며, 환자 등록에서부터 진단, 치료 보조까지 숙련된 기술로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모니터요원들이 치료가 끝난 환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병증을 확인하는
사후 점검 서비스를실시하고 있어 주민들이 더욱 친근감과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동식 보건소가 펼쳐 질 보육원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진료를 위해 옆 공터로옮겨서 수업을 진행했다.
역시 이곳에서도 우리가 들어가니 아이들 몇몇이 놀라서울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제 익숙해진다.
어떻게 할 수 없어 그저 웃으며 바라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보육원을 방문하기 전에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선생님들이 나름 매우 엄격하게 훈육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영어노래로 1월부터 12월까지 익히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12월까지 읊은 뒤,
한 명 한 명 호명해서 외웠는지 시켜 보았다. 잘한 아이에게는 모두가 "Well done OO, Well done OO." 라는 말을
노래로 부르며 칭찬 해 주고, 외우지 못한 아이에게도 혼내기보다는 다같이 함께 처음부터 따라하며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계속 놀라는 바람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돌아서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사업장 인근의 깔룰루 초등학교(Kalulu Primary School)를 방문했다.
학교라는 이름이 무색 할 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눈망울만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학생 뿐 아니라 선생님들의 근무여건 또한 최악이었다. 교무실조차 없어 선생님들은 흙마당 한 켠에
돌과 뒤집어 놓은 양동이를 의자 삼아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들 또한책상, 걸상은 커녕 학습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동물의 우리같은 곳에서 공부를하고 있었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구열은 한국 강남 8학군과 비교해도 지지않을만큼 뜨거웠다.선생님, 의사, 운전기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시마(옥수수 죽), 엄마 아빠, 공부하는 것이라는 소박한아이들의 대답에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웠다.

아프리카 말라위...

이 먼 곳에 다시 올 날이 있을까?
다시 왔을 때 이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말라위 아이들이 꿈보다는 생계에 급급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굶주린 모습을 보며
현재의 나는 너무나도 과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늘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왜 난 저렇게 살지 못하지?' '왜 우리 부모님께서는나에게 저만큼 해주시지 못하지?'라며 항상 환경 탓만을 하곤 했던
지난 철없는 생각을반성하면서, 그리고 동시에 말라위 아이들을 보며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예쁘게 웃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그리고 앞으로 비춰질 말라위의모습은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이런 아이들이 단지 척박한 대륙,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빈곤과 질병이라는 문제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와 동등한 환경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속적인노력이 지금보다 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말라위 방문은,
그들이 겪는 배고픔과 질병, 가난에 대해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을 책이나 문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게 된 귀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