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다이어리

등대 스토리

등대 스토리등대복지회는 지구촌 이웃이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 사랑과 희망의 빛을 비추고자 합니다.

평양에서 만난 꿈과 희망

작성자
lighthouse
작성일
2019-05-09 17:34
조회
3375
작성자: 전흥윤 배분팀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작성일: 2007-07-10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모처럼 맞은 연휴를 빼앗겼다(?)는 가족들의 투정을 뒤로하고
등대복지회를 통해 지원한 북한 지역의 급식, 의료지원 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4박 5일의 일정으로
중국 선양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평양을 중국을 거쳐 들어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선양공항에서 김일성 휘장을 단
북한 주민들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북한행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짧은 비행 후 도착한 평양 순안공항에 휴대폰을 맡기고 검색대를 통과해 밖으로 나오니
민족화해협렵위원회와 해외동포원호위원회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짐을 싣고 공항 밖으로 나와
숙소로 가는 길에 무심코 카메라를 꺼내 거리 풍경을 촬영하자 북측 관계자가 “사진 촬영하면 안 됩니다”하면서
정해진 곳에서만 촬영을 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등대복지회와 북측 관계자의 일정협의 후 숙소인 보통강려관에 짐을 풀고, 그 날 저녁이 마지막 공연이라는
‘아리랑축전’을 보기위해 15만명 수용의 능라도 5.1 경기장으로향했다. 현란한 카드섹션과 절도 있는 율동에
역사와 사상이 어우러진 총체극이라는 말에 걸맞게 공연은 화려하고 웅장했지만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공연을 펼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이틑날, 일요일 아침에는 평양 칠골교회에서 북한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특히 독일에서 방문한 기독교인들이 동서독의 통일을 예로 들며,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의 통일을 기원하며” 눈물로 바치는 노래를 들으며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방북 사흘째, 평양 대동강구역 ‘평화빵우유공장’을 방문해 지원사업 현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지난해 콩우유 원료와 제조기계 그리고 배송차량 등을 지원했는데 깨끗하게 정돈된 공장에
‘사랑의 열매’ 로고가 선명한 콩우유기계와 제빵기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북측 관계자가 즉석에서
콩우유를 만들어 주며 “아주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아이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라며
남측의 지원에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공장의 다른 방에는 이전에 사용하던 중국제 기계가 있었는데 고장이 잦고 사용법이 어려워 힘들었지만,
남한산 기계를 설치한 뒤로 양질의 콩우유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콩우유를 짜고 남은 비지로는 빵을 만드는데 맛이 좋고 영양도 많아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뜻밖에 “콩우유를 제조할 원료가 부족합니다”라고 북측의 어려운 사정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으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화빵우유공장’ 직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방북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회령지역의 산모와 영아들을 위한 수술실 개선과
회령지역 최초의 앰뷸런스 지원사업 현장이 ‘남측 인사들이 방문할 수 없는 지역’ 이라는 이유로
끝내 방문 승인이 나지 않아 가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신 등대복지회 관계자의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회령산원에서는 의약품과 최초의 현대식 수술장비를 보유하게 되어
“산모와 영아의 건강증진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북측 관계자의 감사 인사를 전달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비록 4박 5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등대복지회의 헌신적인 노력과 북측 관계자의 배려로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고,
막연한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시작됐던 평양 방문은 친절한 북측 안내와 반갑게 맞아주는 주민들의 정겨운 모습으로
이내 같은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살가운 정겨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회색빛의 도시와 농촌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가로등 없는 캄캄한 보통강변을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꿈결같이 짧은 여행에서 돌아와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화려한 서울 한 복판에서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