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다이어리

등대 스토리

등대 스토리등대복지회는 지구촌 이웃이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 사랑과 희망의 빛을 비추고자 합니다.

등대복지회와 동역 관계를 맺으며

작성자
lighthouse
작성일
2019-05-10 09:19
조회
4128
작성자: 손달익(서문교회 목사)
작성일: 2010-01-27

*손달익 목사님은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시며,
‘09년 10월 평양노회와 등대복지회는 북한 장애인지원사역에 대한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지난 9월 12일, 13번째 평양여행에 나섰다.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을 오가며 북한 선교의 문을 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고,
여러 동역자들과의 협력,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열망하는 많은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가 있어
얼마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마치 한강에 돌 던지듯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뚜렷하지 않아 조급함이 없는 바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북한의 문을 열고 계심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기도 함이 사실이다. 그렇게 여러 차례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다양한 사역들을 했지만,
이번 등대복지회와 함께 하는 방북은 내게 다소 생소하고 당혹스러움이 시작부터 있었다.

그동안 주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의 초청으로 방북하여 북한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직접적인 교회 지원에 전력했던 것에 비해, 이번은 초청기관부터 달랐고 이를 조그련이
어떻게 이해할지도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에서 만나야 할 인사들도 대부분 처음 대하는 분들이어서
낯가림이 심한 내게는 다소의 부담이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 염려는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면서
많은 부분 해소되었고 뜻밖의 사실들을 확인하면서 북한사역에 대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흥분이 있었다.

원래 이번 방문은 북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장애인지원을 위한 새 방향을 모색함에 목적이 있었고
이미 이 사역을 진행하고 있는 등대복지회와의 협력 가능성을 찾아보려 함에 나름의 의미를 두었다.
북한사역의 특성상 모든 일이 공개되거나 처음부터 본래 목적에 접근하기가 어려움도 잘 알고 있었으나
최소한의 기대는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여행에서 지금까지의 어떤 방북에 못지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싶고 앞으로의 새로운 사역에 대한 큰 기대를 품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그곳에서 만난 당국자들의 순수한 열정과 등대복지회에 대한 그들의 신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느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등대복지회가 이룬 북한 당국자들과의 신뢰 관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아는 바처럼, 최근 남북관계의 냉각과 정치적 긴장관계는 민간차원의 대화와 관계도 어렵게 만든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등대복지회에 대한 북한 당국자들의 신뢰와 존경은 의외였다.
이런 신뢰는 한순간 형성된 것이기보다 수년간 계속된 사심 없는 사역과 열정이 그들에게 상당 부분 수긍되고
감동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가능함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북한 사역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라는 점을 나는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일부 남측기관이나 교회들의 대북협력사업이 상호 불신으로 실제로 이루어지지 못한 일이 허다했다.
그런 점에서 등대복지회에 대한 신뢰는 철저한 약속이행과 사심 없는 순수함을 그들이 인정하기 때문임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두 번째 가능성은 등대복지회의 북한 사역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발견한다.
대부분의 우리 지원 단체들은 평양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거나 지원하기가 매우 제한적이었고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었다.
교계의 대북지원 창구인 조그련을 통한 북한 사역도 평양과 그 인근 지역의 범위를 넘어서기가 아주 어려움이 사실이다.
그러나 등대복지회는 이 장벽을 이미 넘어서서 사리원, 원산, 회령 등 북한 전 지역으로 그 사역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이는 우리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북한 사역에 있어서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등대복지회의 지방 사역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이 됨은 분명해 보인다.

셋째, 다소 미래적으로 생각할 때 등대복지회의 공공성과 지원체계 강화에 대한 필연성을 느낀다.
우리가 만났던 북한의 각 지원시설 관계자들은 나름대로 책임감과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가 있어 보였고
외부세계 동향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상당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북한사회의 특성상
철저한 공직자 신분의식이 있었다. 반면, 등대복지회와 같은 NGO는 철저한 민간인 신분이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의 특성상 책임 면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고 공공성 또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등대복지회가 지금까지 일구어 놓은 사업의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평양과 지방의 여러 사업장을 거점으로,
공신력 있는 한국 교회들이 동역 관계로서 협력사업에 동참한다면 단체의 위상강화와 공공성 제고는 물론,
더욱 효율적이고 의미 있는 사역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등대복지회가 공교회 대표들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 지원체계 강화를 위한 전반적인 발전적 조치들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한국 기독교계의 북한사역 신기원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일이 될 것으로 믿는다.

등대복지회가 지원하는 평양 대동강구역의 ‘평화빵우유공장’을 방문하던 날,
때맞추어 밀가루를 비롯한 제빵 원료들이 도착했다. 우리는 수량을 점검했고
어떻게 식품화해서 본래의 목적대로 분배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지원과 분배확인이 일상화되고 순수성과 효율성이 담보된 마음을 우리 모두가 좀 더 가진다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열세 번째 방북을 통해서 나는 다시 한 번 이 땅이 우리가 품고 기도해야 할
또 하나의 우리 민족의 땅임을 새삼 절감하고 그 땅이 진실로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기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해야 할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겸허히 주의 은혜를 구하게 된다.